2023.10.18
Rachmaninoff, A Reflection
Yekwon Sunwoo
어떤 것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항상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 그래서 음악이나 미술은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인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된 (적어도 100년 이상된) 음악은 그 시간을 견뎌온 생명력과 이야기가 존재 하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연주자들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부여 받는다.
음악은 형체가 없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어떤 잔상으로 남게 되는데 새로움을 발견할때 마다 나의 이야기가 음악속 상상력과 결합해 다시 재설정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음악들은 광활하며 낭만적인 흐름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커다란 손을 가진 작곡가도 자신의 오리지널과는 별개로 쇼팽을 주제로 한 변주곡과 바이올린과 첼로로 만들어진 곡을 테마로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해 재창조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선우예권이 연주한 Rachmaninoff, A Reflection은 그 정수를 모두 담은 훌륭한 모음집이다.
선우예권은 다정한 연주자다. 원래 그렇게 친절한 사람인가? 물어보면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그 배려가 자연스럽다. 그의 연주에는 어딘가 소년같은 이미지가 항상 남아 있다. 그것이 불완전하든 또는 완전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연주자다.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딘지 살짝 긴장해 있고… 그걸 떠나서 언제나 나에겐 다정한 연주자가 좋은 연주자다.